[공복 김선생] ‘바다의 반도체’를 아십니까
김, 지난해 수산물 수출 1위
수산물 수출 1위에 오른 김./조선일보DB |
‘바다의 반도체’라고 들어보셨나요? 바로 김입니다. 김은 지난해 수출액 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어요. 수산물 중 수출액이 가장 많았죠. 30여 년간 한국 경제를 수출로 먹여 살려온 반도체에 빗대 바다의 반도체라 부른답니다.
김 수출은 2010년 1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급격히 늘었습니다. 2017년 5억달러를 돌파했고, 지난해엔 5억8000만달러로 3년 연속 5억달러 이상을 달성했습니다. 동시에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켰던 참치를 넘어섰어요. 수출국도 일본·중국 등 전통적 김 섭취 국가뿐 아니라 미국·프랑스·태국·싱가포르·러시아 등으로 확장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. 올 상반기 우리 김 최대 소비처는 미국입니다. 올 상반기 김의 미국 수출액은 6909만달러나 됐어요.
미국·유럽 등 서양에선 과거에 ‘바다의 잡초(seaweed)’ 정도로 여겼지만 최근 들어 해조류는 건강 식품으로 부각되고 있어요. 특히 김은 일반 해조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아 김치와 함께 ‘한국의 수퍼푸드’로 소개되고 있대요. 마른 김 5장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달걀 하나와 맞먹을 정도입니다. 단백질뿐 아니라 비타민, 섬유질, 칼륨, 인 등 다른 영양소도 풍부하죠. 저칼로리·고단백 웰빙 간식으로 김을 즐기는 국가는 100국 이상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. 데리야키·매운맛 등 각종 맛을 가미하거나 아몬드·코코넛 등을 첨가한 간식 김이 개발되고 있습니다.
김은 한국과 중국, 일본 등 동북아 3국에서만 나옵니다. 김이 자랄 수 있는 기후 조건이 동북아 지역에서만 조성되기 때문이랍니다. 세 나라 중에서 한국이 김 생산·수출물량이 많습니다. 일본산은 김밥용, 중국산은 국물용 위주인 반면 한국 김은 스낵으로 가공하기 적합하기 때문입니다.
전북 고창 만돌마을 김 양식장./조선일보DB |
겨울을 맞아 해안 지역에서는 김 양식이 한창입니다. 김은 채취 시기에 따라 품질이 다른데, 일반적으로 겨울에 양식·수확한 김이 맛과 영양이 가장 뛰어납니다.
국내 김 양식 역사는 매우 길어요. 조선 인조 때 전남 광양 섬진강 하구에 있는 태인도에 사는 김여익이라는 사람이 1640년경 해변에 표류해온 참나무 가지에 김이 붙은 것을 보고 양식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어요. 이때까지 별다른 이름이 없었던 터라 김여익의 성(姓)을 따 김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해요.
이 밖에 경남 하동의 한 노파가 섬진강 하구에서 김이 많이 붙은 나무토막이 떠내려오는 것을 발견하고 대나무나 나무로 된 섶을 세워 양식하기 시작했다는 설, 360여 년 전 한 관찰사가 지방을 순시할 때 수행원 중 하나가 김 양식법을 가르쳐줬다는 설도 있습니다. 이러한 이야기로 미루어 늦어도 조선 중기부터 김을 양식했다고 보고 있지요.
가장 간단한 김 고르는 법을 알려드릴까요? 손으로 꾹 눌러보세요. 탄력 있게 올라오면 좋은 김입니다. 눈으로 봐서 이물질이 없고 빛깔은 검으며 윤기가 흐르는 김도 품질이 우수합니다. 보라색을 띠면 오래됐다는 표시입니다. 오랫동안 맛있게 먹으려면 직사광선과 습기가 없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세요. 한지나 종이로 한 번 싸서 비닐에 밀봉해 냉동실에 보관하면 맛과 향이 오래 갑니다.
[김성윤 음식전문기자]